DNA 반응으로 혈관확장으로 피부 붉어지고 홍반 발생...

태양에서 발산되는 여러 가지 전자기파 중에서 파장의 길이가 100~400nm에 해당하는 자외선은 화학적 작용에 따라 UVA, UVB, UVC로 구분한다. UVC는 100~280nm, UVB는 280~320nm, UVA는 320~400nm (UVAI은 340~400nm, UVAII는 320~340nm)의 파장을 가진 자외선을 말한다. UVA의 시작 파장을 315nm로 정의하는 경우도 많은데, 최근에는 화장품 분야에서도 UVA의 시작 파장을 315nm로 사용하는 경향이 보인다.

김영백 배재대 교수

UVC는 유기화합물의 화학 결합이 절단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매우 위험하지만, 대기의 오존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질이 제거하여 지구 표면에서는 UVC가 검출되지 않는다. UVB 중 5~10%, UVA 중 90~95%가 피부에 도달하는데, 피부에 도달한 UVB 중 9~15%, UVA중 20~25%가 피부로 침투한다. 자외선이 도달하는 깊이 내에 존재하는 산소, DNA, 단백질, 리피드 등 모든 생리학적 물질이 자외선에 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인체에 해를 입히게 된다.

전자기파는 전자, 핵 등과 같이 전하를 띤 입자와 작용한다. 가시광선과 자외선이 물체와 만나면 산란, 반사, 흡수 등이 일어나는데, 산란과 반사는 전자나 핵이 집단으로 빛을 흡수한 후 방출하는 과정이고, 흡수는 전자가 개별적으로 에너지를 흡수하여 높은 에너지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높은 에너지 상태로 변화된 전자는 빛 (형광, 인광) 또는 열을 발산하거나,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 중에서 인체에 해로운 것은 화학반응이다.

자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 상태의 전자가 없다는 뜻이므로 자외선을 흡수하지 않는 물질에서는 자외선에 의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 분자 내 전자의 에너지 상태는 화학구조에 따라 결정되며, 벤젠고리와 같이 서로 연결된 불포화기와 풍부한 전자를 가진 구조의 분자들이 자외선을 잘 흡수한다.

인체에는 그러한 구조를 가진 물질이 여러 가지 존재하는데, DNA의 염기가 대표적이다. DNA는 자외선을 잘 흡수하며 그중에서도 UVB를 UVA보다 4배 더 잘 흡수한다. 즉, DNA는 UVB에 노출되면 쉽게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DNA 염기 중에서 주로 티민이 자외선에 의한 화학반응의 주요 표적이 된다. UVA도 DNA에 직접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나 정도가 훨씬 낮으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체내의 타이로신과 트립토판은 자외선에 의하여 DNA와 쉽게 결합한다.

모든 과정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DNA가 자외선에 의하여 반응을 일으키면,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반응하여 사이토카인과 같은 효소가 생성되고,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며, 열 감지 신경세포의 작용점이 25도로 낮아져 통증을 느끼는 홍반(열화상, erythema)이 발생한다. 열화상이 심해지면 물집이 생기고 손상된 DNA가 수선되지 않은 세포는 사멸하여 피부가 벗겨진다. 피부가 사멸하므로 인체는 세포 증식을 촉진하게 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는데, 이때 멜라닌 세포의 수도 증가하여 검게 보이는 지연성 태닝(DT; delayed tanning)이 발생한다. DT는 자외선에 노출된 후 2~3일 후 일어나 수 주간 유지된다.

홍반 (열화상)은 주로 UVB와 UVAII에 의하여 발생하며 자외선에 노출된 후 8~24시간 후 최고조에 도달한다. 자외선 차단제의 SPF는 주어진 피부에 홍반이 발생하는데 필요한 자외선의 최소량 (MED; minimal erythema dose)을 기준으로 측정한 값이다. 한편 UVB는 엘라스틴과 같은 단백질을 변형시켜 주름을 유발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엘라스틴은 피부 내에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UVB가 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UVA는 에너지가 낮아 10여 년 전까지도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UVA는 피부에 이미 생성되어 있는 멜라닌 색소에 변화를 일으켜 노출 후 즉각적인 흑화 (IPD; immediate pigment darkening)를 일으키고, 약 2~3시간 후에는 지속성 흑화 (PPD; persistent pigment darkening)를 일으킨다. IPD는 2~3시간 후, PPD는 2~3일 후 사라진다고 한다.

한편, UVA는 엘라스틴이 존재하는 깊은 피부까지 침투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비록 UVA는 에너지가 낮고 DNA에 의한 흡수 정도가 낮아 세포에 직접 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은 낮지만, 산소와 작용하여 활성산소종 (ROS; reactive oxygen species)을 발생시키고 발생한 ROS가 세포의 DNA, 주변의 생리 물질 및 단백질에 손상을 입혀 피부암과 주름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하여 특히 피부 노화 방지에 관심이 높은 아시아계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기피 대상이 되었다. 최근에는 UV와 가시광선 영역의 보라 및 푸른 빛(blue light)이 연합하여 또 다른 피부의 변색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에게 피부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자외선이 피부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없다. 정확한 과정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나, UVB는 주로 DNA에 직접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UVA는 직접 반응을 일으키기보다는 ROS를 발생시키고 그로 인한 반응을 통하여 피부암 발생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피부를 투과하는 자외선의 양을 줄이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발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암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상충되는 의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피부암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평생 조사된 자외선의 양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기조 세포 암종 (basal cell carcinomas), 자외선에 더 노출되기 쉬운 코, 귀, 얼굴, 목, 팔뚝 등에 많이 발생하는 사실로부터 자외선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되는 편평세포암종 (squamous cell carcinomas), 그리고 가장 치명적이며 치료가 어려운 악성 흑색종 (malignant melanoma)이 있다. 악성 흑색종은 20~35세의 환자가 많으며 어린 시절 자외선에 노출된 양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악성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암은 반려동물에게서도 많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피부암과 관련된 증세로 인하여 치료를 받고 있고, 극지방에 가까운 호주와 뉴질랜드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가 피부암이다. 2018년 호주와 뉴질랜드의 피부암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33명 정도이며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도 10만 명당 약 25명의 피부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 10만 명당 약 7.18명에서 2016년 12.07명으로 피부암 환자의 수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피부암은 발생 빈도의 차이는 있으나, 피부색과 관련 없이 발생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검은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제공하는 SPF는 13.3에 달하며 하얀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제공하는 SPF는 3.3이라고 한다. 피부가 진할수록 피부암 발생률이 낮다고 할 수는 있으나, 피부암은 피부의 색과 관련 없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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